40대 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 그만둘까 말까 현실 고민
벌써 12월입니다. 시간은 본인 나이 속도로 흐른다더니... 정말로 학창 시절에 비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12월이 되면 이젠 내년에도 또 휴직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합니다. 집안사정상 이미 또다시 휴직이라고 결론은 나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출근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가끔이지만요..
3년 전 휴직할 때만 해도 곧 휴직의 사유가 없어지면 복직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집안에서 저의 몫이 늘어나면서 휴직이 아니라 퇴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들어 갔습니다. 게다가, 쉴 틈 없이 일할 때는 모르겠더니 휴직하고 한 발자국 떨어져 나에 대해 생각해 보니 나란 사람은 궁금한 게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은 사람이었더라고요. 무색무취의 사람으로 흔히 말해서 까라면 까는 공무원이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닌 것 같았습니다. 집안사정도 사정인 데다 갑자기 공무원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만 같으니 퇴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마음이 오락가락합니다.
1. 공무원을 그만두지 않을(못할) 이유
- 안정적인 급여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휴직하기 직전 15년 차 공무원이었을 때 즘, 세후 월급은 300만 원이 조금 넘었었습니다. 명절이 있는 달에는 월급의 절반정도 되는 상여금을 받았었고 얼마 안 되지만 성과급을 받는 달도 있었습니다. 외벌이라면 빡빡했을 수도 있지만 부부공무원 정도 된다면 넉넉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저축하며 살아갈 수 있는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퇴직을 한다 해도 제 성향상 집에만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수입은 커다란 힘이 됩니다.
- 배우자의 현실적인 위치
남편의 나이가 저보다 많이 많습니다. 결혼할 때는 저보다 나이가 많았으니 사회생활도 훨씬 먼저 하고 안정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남편의 퇴직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걱정이 되긴 합니다. 남편이 공무원이 아니라 일반 기업에 다니고 있으니 더 그러합니다. 요즘 같이 경기가 좋지 않고 대기업에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하니 은근슬쩍 걱정되기도 합니다.
부부는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엄마아빠가 되면 가정을 이끌어가는 동업자가 됩니다. 자전거의 두 바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한바퀴만 구르는 것보다 양쪽 바퀴모두 굴러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투자의 입장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투자를 함께 해야 하는 것처럼, 부부의 수입원도 같이 안정적인 것보다는 한 사람은 안정적이고 한 사람은 공격적이지만 큰 수익이 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희 집의 상황에서 다른 하나의 수입원이 불안하니 안정적인 제가 그만 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2. 공무원 퇴직을 고려하는 이유
- 생각보다 공무원은 바쁘다
사람들은 공무원이 굉장히 여유로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시출근을 하고 시간이 되면 칼퇴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정시출근과 칼퇴를 할 때도 있지만 아닐 때도 한 달에 절반은 됩니다. 부서에 따라 업무강도가 다르긴 하지만 부서를 내 마음대로 정할 수도 없습니다. 집에 일을 싸가지고 올 때도 많습니다. 얼마 전에 나는 솔로에 나와서 유명세를 떨쳤던 공무원 옥순님도 이러한 이유로 양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공무원을 그만두었다고 했습니다.
- 생각보다 공무원연금 얼마되지 않는다.
월급이 적어도 공무원을 유지했던 저의 선배님들은 아마도 공무원연금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노후대비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저와 제 후배공무원님들은 상황이 다를 것입니다. 제 기준으로 정년을 채우고 연금을 받아도 200만 원 내외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40년 불입하면 이 정도 받는 거 아닌가요? 저희 남편과 비교해 봐도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연금을 위해 매달 불입하는 금액도 비슷했습니다.
제가 취업할 때만 해도 공무원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늘 상황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많은 공무원들이 그만둔다고 합니다. 저도 그 기로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후회하지 않은 선택을 향후 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시라면 공무원 계속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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